개인 공간/다이어리2014. 9. 11. 17:47

 

 

 

 

 

 

미지未知. 아직 만나지 못한, 아직 알지 못하는 어느 곳, 어느 것. 거기에는 분명 '알 수 없는 힘'이 있다. 그것이 장대 무비한 풍광이든, 순정한 이국 소녀의 눈망울 속이든, 거친 침상이든, 광야의 태양이든, 끝없는 철길 위든, 비바람 속이든, 처음이면, 거기, 내밀히 솟아나는 비상飛上의 샘이 있다.

절망에 빠져 있을수록, 마음이 평화를 간절히 원할수록,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미지의 곳으로 떠나야 한다. 그것이 말뿐인 위로보다, 고통스런 현실을 넘어서는 하나의 방편일 수 있고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큰 세상이 큰 생각을 품게 하고, 새로운 곳이 새 생각을 갖게 한다"는 말이 있다.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남녀를 떠나서, 자신 속에 자기도 모르게 숨겨진 보석을 만나기 원한다면 미지의 땅으로 탕탕하게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삶은 의미이다. 의미를 찾아 떠나야 한다. 그리고 떠나는 자만이 새로운 별이 된다.


백경훈의 <마지막 은둔의 땅, 무스탕을 가다> 중에서

 



여행을 통해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그 출발은 나를 찾아서,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다시 배우고 다시 나로 회귀하는 길 위에서의 고독이다. 떠나보지 않고서 삶에 대해서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여행에는 나 자신에 대한 속임수가 없다. 완전한 자유이며 세계의 깊숙한 영혼의 숲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대 다시 시작할 수가 있다. 
카페 창가에 앉아 거리를 내다보면서 혹은 수없이 많은 사람이 오고 가는 도시의 길 위에서 타인과 어깨를 부딪히면서 간혹 내가 낯설어진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먼 여행으로부터 돌아온 사람은 이 도시가 무섭지 않다. 비탈진 시간의 거리에서 서성거리는 일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 
적어도 아무것도 변하지도 바뀌지도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도시에서 우리는 조금 초연해지면서 사랑하고 가까운 사람의 죽음으로 슬퍼하기도 하면서 분노에 가까운 나이를 먹어가지만 끈질긴 삶에 대한 애착 그자체로 존재한다.


여행은 돌아온 그대에게 의미가 있다. 
영혼의 숲은 창밖에 있고, 그대는 그곳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다. 언제라도 다시 떠날 수 있다. 진정한 떠남은 나를 비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찾아서 회귀하는 그곳에 머무는 일이다.

 

황인철·시인 / 200601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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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깁슨커스텀